본문 바로가기
잡생각

6. 암기는 왜 하기 싫고, 기억에 남지 않을까?

by 글쓰는 개발자. 2022. 5. 4.

암기는 누군가 시켜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일단 무조건 외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한다. 눈은 글씨를 보고 뇌는 새까맣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시간만 글 앞에서 보내고 나는 그저 달달달달 글자를 읽고 또 읽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 모든 기억은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인간의 기억력은 맥락에 의존한다. 모든 기억은 앞선 기억과 이어지고 맥락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어릴 적 태초의 기억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런 인간이 암기라는 말로 그저 단어를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억지로 글만 쳐다보고 있으면 어떻게 뇌가 그것을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까? 기억이란 '맥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저 새로운 것은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앞선 기억과 합성하고 새로운 맥락을 이어서 뇌가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뇌는 인체 에너지의 20%를 홀로 소비할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장기다. 인간의 뇌는 항상 과도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핸드폰의 절전모드처럼 꼭 필요한 것에만 에너지를 사용하려고 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무의식이 강하고 의식은 아주 힘이 약한 것이다.

예로 세계최고의 체스 기사들에게 실험을 보자. 세계 최고의 체스 기사들은 체스를 두며 바로바로 그다음 상황에 대한 과거의 경기들을 복기하고 빠른 시간 내에 최선의 수를 둔다. 이 능력은 아마추어 체스 기사들과 한 번에 체스를 둘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과거의 경기들을 복기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체스 기사들에게 앞선 수와 전혀 연관이 없는 곳에 폰을 옮겨놓고 같은 실험을 했더니 체스 기사들의 실력은 갑자기 아마추어나 다름없이 바뀌어 버렸다. 그들도 앞선 맥락이 없이 새로운 수에는 다음 수를 생각하기 어려웠다는 말이 된다. 누군가가 뛰어나서 기억력이 뛰어나고 그래서 자신이 기억력이 나쁜 게 아니라, 누구나 맥락 없이는 기억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암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앞선 기억과 맥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알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과 맥락을 이어 붙이고 맥락을 만들어내고 그 기억을 자주 떠올리는 것이 암기가 기억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암기가 어렵다면 무작정 반복적으로 바라보기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같은 시간이 주어져도 누군가는 더 큰 성과를 보이는 것은 생각의 방법을 조금 더 고심했느냐의 차이다.

댓글